홈인스펙터 제프의 주택검사 기초과정 11년, 국내 홈인스펙션의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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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6-09-06 11:31 조회73회 댓글0건본문
선배 사무실 한쪽에 작은 원형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주말이면 아무도 없는 그 사무실에 서너 명이 둘러앉았다. 강의실도 없었고, 제대로 된 교재도 없었다. 국내에는 '홈인스펙터'라는 말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다. 그 작은 원형 테이블에서 내가 처음으로 '주택검사 기초과정'이라는 교육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벌써 11년이 지났다.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라는 타이틀로 주택검사를 시작한 지 11년차가 된 것이다. 그러니 홈인스펙터 제프가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주택검사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물어볼 선배도 없었고, 따라갈 만한 길도 없었다. 그냥 내가 공부하고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한 걸음씩 길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주택검사와 비슷한 일을 시작한 것은 그보다 더 오래전이다. 그때는 홈인스펙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 시작한 분야는 빌딩사이언스를 바탕으로 한 '집짓기 컨설팅'이었다. 주택검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하자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문제가 생긴 집을 찾아가 원인을 진단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품질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공부했던 빌딩사이언스, 즉 미국의 건축과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열과 공기, 물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나 역시 직접 집을 짓던 사람이었으니 자연스럽게 그쪽에 더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집짓기 컨설팅'은 여전히 생소한 분야이다. 뭐든 사람들이 그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또 그 효용가치를 이해해야 활용하는 법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집을 짓기 전에 전문가에게 별도의 자문을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수요도 거의 없었다. 정확하게는 그런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다. 반면에 이미 잘못 지어진 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왔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집을 짓는 방법만이 아니었다. 이미 집이 왜 아픈지, 어떻게 고쳐야만 하는지를 알려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하자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에게 주택의 상태를 살펴보고 하자의 원인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고 아무리 길게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주택검사라는 개념 자체도 생소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마침 기업컨설팅을 하던 선배에게 그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선배가 자격증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하는 일을 말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자격증을 하나 보여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미국의 홈인스펙터 자격이었다. 살펴보니 그때까지 내가 공부하고 현장에서 해오던 일과 상당 부분 겹쳤다. 내가 하던 일에 이미 '홈인스펙션'이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홈인스펙터'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미국의 홈인스펙터협회 중 하나인 InterNACHI의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자격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받은 뒤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해 보았다. 국내에 같은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있는지, 홈인스펙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찾아본 것이다. 해외에는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국내 1호 미국 홈인스펙터가 되었다.
'국내 1호'라고 하면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당시의 1호는 자랑스러운 자리라기보다 막막한 자리였다. 물어볼 선배도 없었고, 이미 만들어진 시장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이 직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어디에서 일을 찾아야 하는지, 과연 이것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혼자 공부하고, 혼자 현장에 나가고, 혼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길을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국내 1호'라는 말에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나만의 애착이 담겨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홈인스펙터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내가 겪었던 막막함을 똑같이 겪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배운 것을 알려주고,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면 조금은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주택검사 기초과정'이다.
당시에는 선배 사무실 한쪽을 빌려 쓰던 형편이었다. 주말에 사무실이 비면 작은 원형 테이블에 서너 명이 둘러앉아 상담하듯 교육을 했다. 정식 강의실도 아니었고,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하는 대단한 교육도 아니었다. 내가 주택검사의 모든 내용을 가르쳐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떤 경로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지식이 필요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데 집중했다. 기본적인 방향은 내가 잡아주되 나머지는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과정의 이름도 '기초과정'이라고 붙였다.
그 이후 나는 빌딩사이언스에 건축병리학을 더해 공부하면서 점점 더 건축 하자문제와 주택검사 분야로 전문화되었다. 수많은 집을 검사했고, 교재에는 나오지 않는 별별 문제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원인을 찾지 못해 오래 고생하던 집도 있었고,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으로 병들어가던 집도 있었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이제 자격증이나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지식이 되었다.
하지만 '주택검사 기초과정'의 기본적인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홈인스펙터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방향과 학습방법을 알려주는 과정이다. 다만 이제는 거기에 국내 1호 홈인스펙터로서 지난 11년 동안 겪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조언을 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 새로 홈인스펙터가 된 분들이 InterNACHI 한국지부를 만들었고, 주택검사 전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예전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조차 알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공부할 수 있는 선택지가 훨씬 많아졌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혼자 걷던 길에 함께 걷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네 시간 정도로 운영해 오던 '주택검사 기초과정'을 두 시간으로 개편했다. 단순히 교육시간을 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 홈인스펙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문제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아는 것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지, 자격을 취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네 시간 동안 빼곡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십여 년을 지나고 보니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많은 정보가 아니었다.
‘홈인스펙터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가?’
‘이 일을 하나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가?’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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